'친구'에 해당되는 글 1건

Posted on 2009/03/08 23:50
Filed Under Story/Happy

[ 첫번째 ]
( 운명의 총아 ) 님의 말 :
      나의 성품은 더롭고도 오똑하며, 성기고도 거칠어서, 권모없고 술수도 모르는데다가 아첨까지도 할줄모른다내. 하나라도 마음이 맞지 않으면 잠시도 참지를 못해 권세있는 집 대문에 이르면 발이 일찌감치 쑤셔대고 높은이들에게 절하려면 몸이 기둥처럼 뻣뻣해 진다내.

( 운명의 총아 ) 님의 말 :
    이거 허균이 한 말인데(생각난대로 적은거라 틀릴지도)
    예전에 외웠던건데. 아마 비슷할거야.

( 운명의 총아 ) 님의 말 :
    너의 자존심의 말을 들으니 이 말이 생각난다..ㅎㅎ

[ 두번째 ]
( 운명의 총아 ) 님의 말 :
    위로받으라는 의미로 어떤 하루키 책 중에서...^^

( 운명의 총아 ) 님의 말 :
    스스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이맛에 맞고 받아들이기 쉬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놀아나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무리들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을지도모른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한 무의미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고는 짐작도 하지 못하는 무리들이지요. 그들은 그런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그런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 운명의 총아 ) 님의 말 :
    위에 이맛에 맞고가 아니라 '입맛'이네..ㅎㅎ


첫번째 글귀는 허균의 對詰者(대힐자)로구나.


허균은 자타가 공인하는 조선 최고의 천재이자 문장가로서 권세가와 교류해 얼마든지 출세할 수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소외된 서얼, 승려, 도사 등과 즐겨 어울렸다. 이에 "왜 입신출세한 사람들과는 왕래하지 않고 괴상망측한 자들하고만 어울리는가?"라는 힐난을 받고 허균은 이렇게 답변했다.


"내 천성이 비루하고 졸렬하며, 엉성하고도 거칠다네. 기교를 부릴 줄 모르고 아첨 또한 하지 못해, 하나라도 마음에 맞지 않으면 조금도 참지 못하네. 사람을 대놓고 칭송하는 이야기에 이르면, 말하다가도 말문이 딱 막히고 말지. 권세가의 문에 발을 디디면 발꿈치가 쑤셔대고, 높은 이에게 절할라치면 몸이 기둥처럼 뻣뻣해지네. 이런 태도로 가서 재상이라도 만난다면, 보는 이마다 곧 나를 미워해 목이라도 자르고 싶어질 걸세.

 

...하지만 오직 두세 사람만은 세속에 얽매임 없이 내 재주를 좋아하며 더러는 나의 자유분방함을 좋아해, 찾아와 내 술에 취하고 서로서로를 부르고 따른다네. ...세속의 이해관계로 사귄 친구는 반드시 변할 때가 있지만, 우리 사귐은 변치 않으니 돌인가 무쇠인가?

 

...뭇사람이 즐기는 것 나는 싫고, 뭇사람이 높이는 것 나는 더러워. 사람들은 내가 바람만 잔뜩 들었다고 하지만, 나는 웃는 것이 좋다네. 그러니 당연하지, 내 몸이 늘 중죄에 빠지는 것이. 하지만 이런 사귐을 끊느니, 차라리 이 한 몸 잘리고 말겠네.

 

세상 인심은 날카롭게 번득이고 세상길은 험난하기 그지없어, 털 끝을 나눠쪼개 한 눈금의 이해득실을 따지는구나. 나는 이들과 맞지 않으니, 진실로 나를 믿게 하기 어렵다네."


[ 좀더 자세히..]
삐딱하게 갓을 쓴 사람이 날 꾸짖는다.


"그대는 문장이 뛰어나고 벼슬이 높아서
갓을 높게 쓰고 띠를 넓게 두르고 따르는 자가 구름처럼 둘러싸고
큰 길에서 뽐내고 다닌다.

그러니 높은 벼슬아치들과 한 무리가 되어
서로 찾아오고 찾아다니니
그들과 큰 일을 꾸미면 하루 아침에 권세를 휘어잡아서
부엌이나 곳간에 물건을 가득 쌓아놓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조정에서 나온 뒤
숙맥같이 입을 다물고
현달한 이가 찾아오는 법이 없으며
괴상한 자들과 어울려 다니는가?

그들 중에는 얼굴이 시커먼 사람도 있고
수염이 붉은 자도 있다.
붉은 수염은 혓바닥을 내밀며 희롱도 하고
시커먼 얼굴은 술병을 차고 다닌다.
어느 키가 땅딸막한 사내는
코가 흡사 여우코이고 눈은 애꾸고 속눈썹을 불그락하다.
이들과 날마다 별당에서 떠들고
시끄럽게 노래를 부른다.
그러니 솜뭉치처럼 피곤할 터인데도
스스로 즐거워한다.

미워하는 사람들이 남산의 숲과 같이 많고
등을 돌리는 벗들이 별보다 많다.
이렇게 되면 그대 몸은
진흙길에 내동댕이쳐진 신세이거늘
어찌해서 이런 무리들을 쫓아보내고
중요한 지위에 있는 인사들과
사귀지 않는가?"



내가 말했다.



"아니다, 아니고 말고.
그대가 말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나의 성품이 원래 더럽고 거칠어서
기교를 부릴 줄도 모르고 아첨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하나라도 마음에 맞지 않으면
잠시도 참지 못하고
이야기가 남을 칭찬하는 데에 미치면 입이 머뭇거려지고
발이 권세있는 집의 대문에 이르면 갑자기 얼어붙고
높은 사람에게 절하려면 몸이 기둥처럼 뻣뻣해진다.

이런 떨떠름한 모습으로
높은 사람을 뵈오니
보는 이들이 금방 나를 미워해서
내 무례를 나무라려고 든다.

어찌할 수가 없어서
강호에나 가서 살려고 생각하였는데
가난이 무서워
봉급이나 조금 받고 물러나려고 했던 것이다.

또 두세 사람은
속된 예의에 구애받지 않고 내 잔재주를 좋아하고
더러는 내 꾸밈없는 행동을 아껴준다.
건들건들 내게로 와서
내 술로 취하기도 하고 서로 부르기도 한다.
누가 먼저 시를 짓고 이에 화답하면
구절구절이 구슬과 같다.
나무로 깎은 옥돌이 산호가 되기는 어려운 것이니
스스로의 보배로움을 보배로 여김이요,
팔리기를 기다리지 않는다.옛날의 좋은 시와
짝을 삼기도 하고 천하의 더러움을 원망하는 글을
종처럼 부리면서 큰 사업이라고 뽐내며
온 천하를 쥐구멍 만하게 여긴다.

벼슬을 하라고 해도
그저 되는 대로 하였고
내멋에 겨워 살아오면서
하늘이 준 대로 좇다 보니
허리가 구부정한 나이가 되었다.

권세와 이익을 얻으려고 사귀는 것은
때에 따라 틀림없이 변하는 것인데
이 사귐을 끊지 못하는 것은
굳게 맺은 우정 때문이다.

제 뜻대로 만족함을 얻고
기뻐 날뛰면서
자신이 있는 줄조차 알지 못하고
잠자고 밥먹는 일조차 잊어버리며
더욱이 높은 벼슬이 있는지조차 모르거늘

저 귀한 자들은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옷자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쨍그렁쨍그렁 소리를 내는 옥을 차고서
계집들이나 기쁘게 하지만,
세상을 등진 이 사람들은
스스로 즐거우면 그만이지
풍악이나 계집은 탐내지 않는다.

사지가 찢겨져 죽는 것을 두려워해서
세상을 등진 옛 시인이나 본받으면서
제 몸 가누기나 바라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는
마음조차 두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나쁘다고 하고
여러 사람이 치켜세우는 것을 더럽다고 하니
이것을 사람들이 병들었기 때문이라 말하지만
나는 이런 막 돼먹은 것이 좋다.
이런 것들로 내 몸은 늘 무거운 허물에 빠졌다.
만일 이런 것을 끊으면
비록 쇠붙이에 엎드려 있더라도
세상의 입방아질은 금방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사는 길은 기구하여
터럭 끝을 물고 늘어지고
조그만 이해라도 따지고 든다.
세상이 이러한데
나의 일탈은 참으로 믿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대의 말이 옳기는 하나
그 숨은 뜻을 살피지 못했고
사람을 아껴주기는 하나
덕으로 대해주지는 아니 하였다."



나를 나무라던 사람이 말했다.


"그랬구나. 내가 참으로 몰랐다.
그대가 따져 말하는 것을 들으니
마치 유명한 무당을 본 듯하다.
그대가 그런 벗을 사귀는 것은
잘 하는 것이요,
그대의 말은 거짓이 아니다.
나의 말은 실수였고
나는 정말 비루한 선비였다."

그는 말을 마치고 시원한 걸음걸이로 물러갔다.



두번째 글귀는 무라마키 하루키의 '렉싱턴의 유령' 중 3장 참묵중에 있구나
내가 정말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 아오키 같은 인간이 내
세우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그대로 믿어버리는 부
류의 사람들입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입맛에 맞고 받아들이기
쉬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놀아나 집단으로 행동하는 무리들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습니다. 자신
이 한 무의미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입힐 수
도 있다고는 짐작도 하지 못하는 무리들이지요. 그들은 그런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그런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내 한
밤중의 꿈속에 등장하는 것도 그런 사람들이지요. 꿈속에서
는 침묵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꿈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얼굴
이란 걸 갖고 있지 않습니다. 침묵이 차가운 물처럼 모든 것
에 조금씩 스며들어 갑니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이거고 저
거고 모든 것이 질척하게 녹아버리고 말지요.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그 속으로 녹아들면서 아무리 소리를 쳐도, 누구
하나 귀 기울여주지 않지요."

오자와 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대로 얘기가 이어지기를 기다렸으나, 이야기는 거
기서 끝났다. 오자와 씨는 테이블 위로 양손을 깍지 낀 채,
그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아직 시간은 이르지만 맥주라도 마시지 않겠어요?" 잠시
후 그가 말했다. 마십시다, 하고 나는 말했다. 확실히 맥주라
도 마시고 싶은 기분이었다.

_침묵_무라카미 하루키

2009/03/08 23:50 2009/03/08 23:50
TAG :

너의 길을 걸어라.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말하게 내버려 두어라. (Segui il tuo corso, e lascia dir le gentil) - 단테, '신곡' [연옥]편 제5절 - by Twins

Counter

· Total
: 103770
· Today
: 112
· Yesterday
: 139


Locations of visitors to this page
free counters